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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지견 | 2016년 09호
갑상선암 수술을꼭 받아야 하는 것인가
국내 암질환 중 가장 많이 발생되는 갑상선 암은 양극단의 상반된 주장이 대립되고 있는 혼란을 겪고 있다. 갑상선암의 현재와 국내 상황을 살펴본다.
기자 | 201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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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은 현재 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옳건 그르건 상반된 두가지 주장이 대립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질환은 암으로 부르지 말아야 한다고까지 주장한다. 그들의 주장은 2013년 국가암 정보센터 보고에도 나와 있듯이 주요 암종들 중에서 갑상선암이 가장 많이 발생한 것이 과잉진단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검사할 필요가 없는’ 초음파를 무분별하게 함으로써 ‘ 치료할 필요도 없는’ 갑상선암을 많이 찾아낸 결과라는 것이다.
그들의 주장은 처음에는 일리가 없지는 않은 것이었다. 국민 건강검진의 목적을 생각하면 심한 질환, 사망률이 높은 심각한 질환에 사회자본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비교적 예후가 좋은 갑상선 암으로 이 자본이 쏠리는 것이 ‘사회-경제학적 관념으로 볼 때’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옳은 말이다. 사회-경제학적으로 볼 때는 말이다. 하지만 평생 갑상선암을 치료하고 환자를 돌보아 왔던 전문가 그룹에서는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 처음 의도는 어쨌든지 간에 지금 한국에서는 갑상선암 자체를 감기 정도로 생각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하지만 이 암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을 늘 있고, 사망하지 않더라도 계속되는 질병으로 몸이 망가지고 높은 의료비용으로 살림살이까지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외면하지는 말아야 한다.


이에 대해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럼 도대체 그렇게 사망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기에 그게 중요하다는 것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국가 암통계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최근 수년간 갑상선암의 5년 생존율은 98%를 상회한다. 우리나라의 갑상선암 생존율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우월하다.


하지만 이런 결과만을 가지고 이야기 하기에 앞서 우리나라의 갑상선암 생존율이 늘 이렇게 높았던 것은 아니라는 것도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갑상선암의 생존율은 통계가 가능 해지기 시작한 지점인 1960년대에는 겨우 40%대였고, 1980년대 이전까지는 50%대에 머물러 있었다. 이후 조금씩 개선의 효과가 있기는 했지만 1990년대 초반까지 겨우 70%대의 생존율을 보였다. 갑상선암 생존율의 급격한 상승이 이루어진 시기는 대략 1995년경부터다. 이 시기와 갑상선암 발생률의 증가 그래프는 정확하게 일치한다. 그리고 이 시기에 유두상 감상선암과 비교적 작은 초기암의 발생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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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두 가지의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1990년에서 1995년까지의 시기에 있었느냐 하는 것이다. 그리고 혹시 그 시기가 지나면서 갑상선암의 성격이 바뀌었나 하는 부분이다.


병기를 살펴보면 1995년정도에 이르자 전체 암 중에서 크기가 1cm 미만인 미세갑상선암의 빈도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전체 병기도 덩달아 낮아지게 되었다. 이전의 암에 비해 이렇게 병기가 낮은 암이 그 시기에 급격하게 많이 발생하는 것이 한국에 어떤 큰 생물학적인 사건이 있어서라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이 시기에 한국에서 있었던 ‘사건’이라면 초음파가 갑상선암 진단에 도입된 것이다. 이전에 손으로 만져서 진단하거나 겨우 갑상선 스캔에 의존하던 갑상선암 진단이 정교한 초음파 검사와 초음파 유도 생검법의 도입으로 인해 비교적 작은 암을 초기에 잘발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럼 갑상선암을 조기에 발견한 것이 생존율을 높이는데 기여한 것이 맞는가? 이 질문은 암을 그냥 두어도, 혹은 자연으로 돌아 가서 요양하면, 아니면 기도를 하면 잘 낫는다고 주장하는 자연 회귀주의자나 광신 성향이 있는 사람들이나 할 법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정상적인 의료인들은, 말하자면 적어도 상식과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서 사람을 치료하고자 하는 대부분의 의사들은 이 부분에 대해 부정할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혹여 증거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해서 자료를 제공하자면, 2006년 발표된 시카고대학의 결과에 따르면, 림프절 전이나 원격전이가 없는 T3M0에서 5년 생존율은 98.2%, 10년 생존율의 경우 97.1%로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전신 전이가 있는 M1의 경우 5년 생존율이 59.2%, 10년 생존율이 39.9%에 불과하다.
(J Clin Endocrinol Metab 91: 313?319,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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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비교적 의료 접근성이 좋고 갑상선암을 조기 진단하는 초음파 술기가 발달한 우리나라의 결과를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은 증거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기검진에 반대 하는 사회주의적인 의료정책을 가진 것으로 유명한 영국의 결과를 보면 2014년에 갑상선암의 5년 생존율이 겨우 남자 74.2%, 여자 78.9%에 머물러 있다고 보고하였으며,

 (Cancer Research UK: http://publications.cancerresearchuk.org/downloads/product/CS_KF_THYROID.pdf)

유럽의 1999-2007년 암 사망률 보고에 따르면 갑상선암의 5년 생존율은 80%에 머물러 있다. (Lancet Oncol 2014;15:23-34) 이 결과들은 우리나라의 결과가 암을 조기에 잘 발견하고 잘 치료하기 때문에 성적이 우수한 것이지 이 암이 그냥 두어도 될 암이기 때문은 아니라는 반증이 되겠다.


최근 미국 갑상선협회(American Thyroid Association:ATA) 가이드라인이 2015년에 개정 발표되었다. 이 개정안을 살펴보면 2009년에 비해 많은 변화를 보인다. 갑상선암의 절제 범위에 대해 좀더 보존적인 경향을 지지하고 있는데, 종양의 크기가 2기 초과하는 경우에(>T2: >4cm) 갑상선 전절제를 권고 하고, 1-4cm의 경우에는 위험인자를 따져서 피막침범이나 림프절 전이가 있는 경우 전절제를 하도록 하고, 그런 위험 요소가 없다면 반절제와 전절제를 경우에 따라 판단할 수 있다는 권고다. 그리고 1cm 미만의 암에서 암으로 진단이 되었다면 당연히 수술을 권고하되, 고령, 심각한 전신질환 등이 있어 수술이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시간을 두고 관찰할 수 있는데(active surveillance), 관찰 도중 크기가 커진다거나 전이가 발생하는 등병이 진행되는 증거가 있으면 바로 수술을 하도록 권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갑상선암을 치료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이제껏 견지해온 내용이다. 크게 다를 것이 없는 내용인데, 권고안의 아주 작은 한 부분밖에 되지 않는 ‘관찰할 수 있다’는 대목에 대해 무슨 의도인지 모르나 언론과 정부 유관기관에서는 이것이 갑상선암을 치료하지 않아도 된다는 근거라고 국민들에게 무차별 주입하고 있는 것 같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런 내용만 믿고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불안한 마음에 여기저기 의료 쇼핑을 다니고 있다.


전체 의료비용을 줄이고자 하는 의도였다면 다시 한번 결과를 잘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수술 건수가 줄었다고 하는데, 과연 그들이 미래에도 수술을 하지 않고 견딜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그들이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쓰고 있는 비용은 과연 수술을 조기에 한 경우보다 더 사회자본 측면에서 유리할 것인지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갑상선암을 가장 많이 치료하고 있는 의료기관들 중 하나인 연세 대학에서 갑상선암 치료 비용을 조사하여 2016년 4월 아시아-오세아니아 내분비 외과학회(15th Congress of Asian Association of Endocrine Surgeons)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초기 암인 1기에 수술을 하고 치료할 경우 5년간 총 의료비용이 550 만원정도였고, 전절제와 방사성요오드 치료했던 그룹에서는 평균 970만원, 그리고 측경부 림프절까지 전이가 있었던 경우에는 1470만원, 그리고 초기에 진압하지 못하고 재발했거나 전신전이가 발생한 경우에는 5790만원의 비용이 필요했다. 그리고 병기가 높아질수록 수술과 치료에 관련된 부작용의 발생률이 높았다는 것은 여타의 다른 암들과 같았다.


또 한가지, 미국의 권고안은 미국의 의료실정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아야 한다. 미국은 의료비용이 매우 높아서 암으로 진단될 경우 개인 파산의 위험이 급격히 증가한다고 하며, 수술로 인한 부작용의 발생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높다. 미국의 경우 갑상선 수술의 80%이상이 경험이 부족한 외과의사들에 의해 수행 되고 있어서 부작용의 발생이 20% 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경우 일시적인 부작용은 미국의 절반 이하의 수준인 5-10% 정도이며, 영구적인 합병증 비율은 0.03-0.5%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 부작용의 발생에 대해 많은 우려를 하는 환자들이 있는데, 이것은 제대로 된 내용을 알리지 않고 있는 언론의 책임도 크다 하겠다. 그리고 한국의 갑상선암 치료에 대해 혼란을 가져온 사람들은 그게 개인이 되었건 기관이 되었건 결국 국민들의 건강권에 대한 위해를 가한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들은 지금 사회-경제적 논리로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을 수도 있지만, 사람들의 목숨은 이런 경제적 논리로 환산해서 말할수 는 없는 것이다. 의학은 인간의 생명을 근본으로 생각해야 한다. 아무리 통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그럴듯해 보인다 할지라도 그런 논리보다는 적어도 한 사람이라도 불리할 가능성이 있는 일을 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라 규정해 왔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배웠으며, 지금도 그렇게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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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세브란스 장항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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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암매거진 2016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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